2014년도 반이 흘렀습니다. 이때쯤 맞이하는 여름휴가는 바쁘게 달려온 나에게 잠시나마 삶의 쉼표를 선사하는데요. 마음을 치유해주는 아름다운 길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내는 건 어떨까요? 나에게 쉼표를 건네주는 전국의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합니다.
솔향과 푸름이 감도는 곳, 울진 금강소나무숲 길
코끝에는 신선한 솔향이 감돌고 눈끝에는 키 큰 소나무의 푸름이 감도는 곳,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에서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 CNN에서 선정한 세계 50대 명품 트레킹 장소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경사가 완만한 능선은 부드러운 흙이 깔려있어 걷기에 좋다는 점도 사람들을 이 숲길로 향하게 하는 매력 포인트 중의 하나입니다. 더욱 매력적인 점은 이 길이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동절기에는 안전사고와 산불예방을 위해, 하절기에는 산림 보호를 위해 하루 80명에게만 허락되는 도도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금강송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와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좋은 역할을 한다고 하니, 정말 매력적인 길이라 할만 합니다. 운이 좋으면 멸종위기 1급으로 분류된 산양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숲길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욱 설렙니다.
무릉도원에 온 듯한 기분, 괴산 산막이 옛길
굽이굽이 첩첩산중,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 ‘산막이 마을’ 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정도로 멀고 외진 곳.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이 일대가 유배지였으나, 막상 유배를 떠나온 사람들은 유배가 아닌 무릉도원에 온 듯한 기분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바위, 푸른 강이 이뤄내는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길, 괴산 산막이 옛길입니다.
전국에 도보길 열풍이 불면서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사은리 산막이 마을까지 4km 구간을 옛길 그대로 복원해 놓았습니다. 산막이 옛길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많은 여행객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이 길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어 더욱 흥미롭습니다. 바위가 뫼 산(山) 자로 보이는 괴산바위, 옷 벗은 여인의 모습을 한 참나무, 여우비 바위굴, 호랑이굴 등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옛날 이야기들이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볼거리들이 옛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자연과 문화를 즐기는 길, 담양 오방길
‘푸른 숲’ 하면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담양입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길게 늘어선 길은 잘 알려진 걷기 좋은 길입니다. 입소문이 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걸어도 걸어도 싱그러운 길이 바로 담양 오방길입니다.
담양 오방길은 영산강을 따라 담양의 자연과 문화를 한데 즐기고 돌아 올 수 있는 5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코스 수목길, 2코스 산성길, 3코스 습지길, 4코스 싸목싸목길 5코스 누정길, 이 다섯개의 길이 어우러져 담양 ‘오방길’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수목길입니다. 죽녹원에서 시작해 관방제림을 거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로 향하는 담양 걷기 여행의 정석이죠. 총 소요시간 1시간 20분. 길지 않은 길을 자박 자박 걸으며 그 간에 받았던 상처를 푸름으로 치유할 수 있는 힐링 길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숨결, 여수 금오도 비렁길
발음이 재미있어 ‘비렁, 비렁’ 하고 되뇌게 되는 길. 여수 금오도 비렁길은 ‘우리 마을 녹색길 베스트10’으로 선정된 걷기 좋은 길 중 한 곳입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사투리로, 이 길은 주민들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오가던 길이라고 합니다. 해안의 절벽을 따라 이어진 길은 인위적인 느낌은 찾을 수 없고, 자연 그대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길가에 자그맣게 피어난 풀꽃들은 그 싱그러움을 더합니다.
비렁길 주변에는 동백나무, 소나무가 울창하게 솟아있어 신선한 나무의 기운을 내뿜기도 합니다. 총 5개 코스로 이루어진 비렁길의 총 길이는 18.5km로 모든 코스를 다 도는데 8시간 반이 걸립니다. 그 중에서 젊은층의 사랑을 듬뿍 받는 코스는 비렁길 3코스로 직포마을에서 갈바람 전망대, 매봉산 정상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인데, 길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일품입니다. 비렁길을 품고있는 금오도는 아름다운 풍광 외에도 오감을 자극하는 먹거리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금오도 막걸리는 애주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금오도에는 아직도 막걸리를 빚는 술도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에요. 해안길 따라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막걸리 한잔을 들이켜고 나면 지상낙원이 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제주 다운 풍경을 만나는 곳, 제주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
80만년 지구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 제주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에 새롭게 지질 트레일이 개통됐습니다.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사계리와 덕수리를 경유하는 A코스와 사계리, 화순리, 덕수리를 경유하는 B코스의 두 코스가 마련되었는데요. 해안의 풍경, 진귀한 절벽뿐 아니라 마음 속 한켠에서 늘 그려오던 한적한 시골마을과 마주할 수 있는 길입니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형제섬 해안도로를 따라 사람발자국 화석, 돌담길 등 가장 ‘제주 다운’ 풍경들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뿐만 아니라 고운 모래가 널리 펼쳐져 있는 금모래해변, 제주생태의 보고로 손꼽히는 화순곶자왈도 길 따라 가까이 마주할 수 있습니다. 화순리 일대에 자리잡은 베이커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용머리해안 지층 카스테라’도 맛보시길 바랍니다. 녹차, 백년초, 감귤 파우더가 겹겹이 쌓여 지층의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그 맛이 마치 제주의 역사를 한 입에 삼키는 듯 향기롭게 어우러진답니다.
여름 휴가 시즌입니다. 휴식을 기다려온 직장인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인데요. 이 시기 바다와 계곡은 그야말로 사람 반, 물 반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으로 붐빕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한창 몰리는 곳 말고, 걸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힐링 도보 여행으로 이번 여름 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