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마이 라띠마>를 아시나요? ‘배우 유지태가 만든 영화’로 화제가 된 영화지요. <마이 라띠마>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0분 만에 전 회 매진을 기록하고,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는 만장일치 심사위원상까지 받은 영화계에서는 제법 핫한 독립영화입니다. 최근 열린 시사회에서는 많은 영화 평론가로부터 뛰어난 연출과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인다는 극찬까지 받았지요. 오늘은 L군이 직접 <마이 라띠마>를 소개하려 합니다.
#1. 배우 유지태가 감독 유지태로
앞서 말했듯 <마이 라띠마>는 충무로 대표 흥행배우 유지태가 연출한 작품입니다. <봄날은 간다>에서부터 <올드보이>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배우 유지태가 <마이 라띠마>를 통해 ‘감독’ 유지태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역할은 배우에서 감독으로 바뀌었지만, 영화에 묻어나는 그 특유의 섬세함은 여전합니다. 그가 직접 등장하는 신은 단 하나도 없지만 우리는 영화 전반에서 유지태의 존재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이 라띠마>는 마이 라띠마(박지수), 수영(배수빈), 영진(소유진) 세 남녀가 서로 만나고, 배신하고, 다시 만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유지태 감독은 배우 출신답게 일련의 과정 속 주인공들의 미묘한 심경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세 명의 주인공들은 상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배신하기도 합니다. 조금은 미워 보일 수 있는 주인공들의 행동이 그저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것은 유지태 감독이 그들의 미묘한 심경을 이해 가능하게 담아냈기 때문이겠죠.
유지태 감독의 섬세함은 독특한 앵글과 남다른 영상미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특히 처음 수영(배수빈)이 등장하는 신은 가슴을 탕 치는 임팩트와 마음 짠해지는 여운이 공존하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심지어 이 짧은 신에 영화 전반의 내용이 압축적으로 담겨있기도 하죠. 한마디로 한 편의 시 같은 연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적인 연출은 다른 신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이 라띠마가 고향의 엄마와 전화하는 신이나 영화의 마지막 신에서의 앵글 역시 혼란스러운 당시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줍니다. 배우 유지태의 섬세한 연기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감독 유지태의 섬세한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 <마이 라띠마>도 분명 좋아하게 되실 겁니다. ^_^
#2. 소외된 이들의 성장 드라마
이제 연출과 관련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영화가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스토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마이 라띠마>에는 마이 라띠마(박지수), 수영(배수빈), 영진(소유진)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를 만나고 배신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반복하죠. 외로운 이주 여성이었던 마이 라띠마에겐 이 나라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수영이 필요했고, 무능력한 청년 실업자 수영에게는 자신이 도움을 주는 존재인 마이 라띠마가 필요했습니다. 향락의 세계에 물든 영진에겐 순수한 수영이 필요했고, 배고팠던 수영에겐 화려한 영진이 필요했고요. 이들은 서로 만나 의지했지만, 부담감 혹은 불신 때문에 떠나게 됩니다. 그리곤 이내 다시 상대방을 필요로 하죠.
이들이 만나고 배신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은 희망을 꿈꾸고, 다시 절망하고, 이내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일반적인 삶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어쩌면 영화가 진짜 보여주려 했던 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 상황들이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마이 라띠마>를 보는 내내 낯선 그들의 이야기에서 낯설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3. <마이 라띠마>가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
<마이 라띠마>는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마이 라띠마>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스토리와 영상미 때문은 아닙니다. <마이 라띠마>가 심사위원 전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가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습니다. <마이 라띠마>속 첫 번째 불편한 진실은 이주여성문제입니다. 여자 주인공을 이주여성인 마이 라띠마로 설정한 것에서부터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죠. 착하고 순수한 마이 라띠마는 돈 주고 사왔다는 이유만으로 ‘돈값’하라며 학대를 당합니다. 그렇지만 몸 고생 마음고생을 다하면서도 싫은 소리 할 수가 없습니다. 때려도 좋으니 데려가 달라고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원보증이 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어 추방당하기 때문이지요. 이주 여성인 마이 라띠마는 늘 누군가에 의해 ‘보증’이 되어야 이 나라에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거나,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 다녀야만 했습니다.
<마이 라띠마>속 두 번째 불편한 진실은 청년실업문제입니다. 남자 주인공을 청년실업자인 수영으로 설정하여 문제의식을 드러내지요. 청년실업자인 수영은 어떻게든 일을 해보려 발버둥치지만 매번 사기만 당합니다. 그리곤 결국 밤업소에서 일하게 되지만 이것 역시 녹록하지 않습니다. 일하고 싶어 하지만 일을 시켜주는 곳이 없는 수영의 신세가 짠합니다.
이처럼 영화 <마이 라띠마>는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다루는 상황이 차갑기는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부각되는 것은 어려운 현실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주인공들의 의지입니다. 마이 라띠마와 수영과 영진은 계속해서 의지를 갖고 희망을 꿈꿉니다. <마이 라띠마>를 통해 유지태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 ‘의지’와 ‘희망’일 것입니다. 그는 차가운 현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어떻게든 희망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몇몇 평론가들은 유지태 감독이 첫 장편부터 너무 어둡고 힘든 주제를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그가 다룬 이야기들은 베테랑 감독들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얘기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유지태 감독은 총대를 짊어졌습니다.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불편하게 그려냈습니다. 첫 작품에서부터 말하기 어려운 주제를 있는 그대로 펼쳐낸 유지태 감독의 영화 <마이 라띠마>, 이번 주말 용기를 내어 그의 힘든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영화 속 아름다운 영상에 눈이 행복해지고, 주인공들의 절망적인 현실에 눈가가 촉촉해지고, 유지태 감독이 전하는 의지와 희망에 마음이 짠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실 겁니다!
<마이 라띠마> 공식 예고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하고 배급하는 영화 <마이 라띠마>는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